[2023.10.10]
나도 언젠가 죽겠지.
그러니 살아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기뻐하고
감동하고
축하하고
감사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다.
내 삶에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오늘은 내 생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기쁜 날이겠지만,
생일은 나한테는 참 복잡미묘한 날이다.
어릴 적에는 생일이라고 딱히 특별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5남매였으니까 생일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대구로 내려간 뒤로는 생일날 치킨을 먹었다.
외식은 엄청나게 비싸고 힘든 거였으니까 이런 특별한 날에 맛있는 걸 먹는 거였지.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생일이 끔찍하게 싫었다.
태어난 게 싫어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살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그 힘듦을 만든 사건을 모두가 축하해주는 것이 너무 큰 괴리감이 들어서 버티기 힘들었다.
내가 생일 축하해주지 말라고 할 때, 우리 엄마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셨겠지.
20살 생일은 좀 달랐다.
처음으로 제대로 축하를 받았다.
케이크도 만들고, 밥고 사주고, 선물도 받고.
너무 기뻤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 데이, 이런 상술이라고 여겨지는 날도 최대한 챙겼던 것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날이라도 결국 주고 받는 것이 기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21살 생일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정말 사람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더할 것이 없었지.
22살은 많이 쓸쓸했다.
가슴 한켠이 뻥 비어버린 기분. 그 기분 뿐이었다.
23살은 어떨까.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 좋아졌으니,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다.
부침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그게 내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