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0] 30일차 - 진실을 안다는 것
기상: 10시 30분
명상: 안함
운동: 턱걸이
일과: 기상 후 회복하기
피드백: 좀 더 계획적으로 쉬자. 불안한 마음 내려놓고.
일기:
나는 가끔은 어릴 적이 그립다.
당연히 나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그래도 세상 앞에 마주할 때면 이런 감정이 든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진실을 알지 못한 이상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린 이상주의자가 그립다.
진실을 알아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은 모두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이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세상은 평등해질 수 있다고 믿었으며,
사람들은 진실되게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관계는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무력보다 사랑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다. 나는 이런 것들과 정 반대의 삶을 살았다. 불평등과 기만, 관계의 단절과 무력을 통한 억압 속에서 살았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렇게 믿었던 걸까?
이유는 두가지 인 것 같다.
우선 내가 지나치게 수용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책에서는 따뜻한 덕목만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저 가르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지시하고, 순종적으로 응답하는 것만을 배웠으니 말이다. '동화'속에 나오는 말들이 진실인줄만 알았다.
다른 이유는 나의 바람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따뜻한 사람이기를 '바랐고'
내가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바랐고'
내가 사람들과 진실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고'
우리 가족이 영원히 이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고'
이런 상황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바람이 나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이다.
말하자면 방어기제 '환상'을 활용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나만의 세계를 재창조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세상에 부딪히며 박살났다. 나는 세상을 알아가는 탐구자이기 때문에 진실에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세상의 순리에 대해서 내 또래 중에서는 제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힘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착취는 어떻게 벌어지고, 평등이라는 착각은 왜 세상에 만연한지, 인간은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 말이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인간이 변화한다는 것은 오랜 친구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나와 가장 친하고, 친절했던 그 친구를 죽였다.
그런데 오히려 세상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게 되니 희망이 보인다.
완벽한 세상은 없지만, 그런 세상을 위해서 내가 노력해나갈 수 있다. 내가 받고자 하는 방식대로 타인에게 배푸는 '이타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이건 내가 숨지 않고 진실을 받아들였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두 발로 굳게 땅을 디디고 서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나는 이제 두 발로 서는 방법은 제대로 익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지 바라지 않는다. 이상이 실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이전에는 이상에 속아 환상 속에서 살았다면 이제는 나 스스로가 이상을 창조해내고 싶다.
'동화'에서 시작하여, '동화'로 끝나는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자.
감사일기: 내 삶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음에 감사.